TⓞⓝⓖCⓐⓢT :: 블로거 믿던 네티즌들 "속았다" 분노의 댓글

블로거 믿던 네티즌들 "속았다" 분노의 댓글


"영리 목적인 줄 알았다면 안샀을 것, 사기다" 비난 쇄도
공정委, 8억 챙긴 블로거에 과태료 달랑 500만원 부과… 파워블로그 선정 포털엔 아무 관리 책임도 안물어 "제재 실효성 없다" 비판도

"화가 치미네요. 영리가 목적인 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겁니다. 사기입니다. 사기."

"진짜 배신감 느낍니다."

"이젠 님의 글을 신뢰하기 힘들 듯 합니다."

주부 네티즌들 사이에 막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파워블로거들이 주부들에게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며 공동구매를 주선한 뒤 기업들로부터 많게는 연간 8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자 13일 인터넷의 관련 기사와 해당 블로그에는 이를 성토하는 글이 쇄도했다. 자신의 블로그에 요리법이나 제품 사용후기를 제공하는 이들 파워블로거들은 광고와는 달리 언니처럼 친근하게 자신의 정보를 공유해 큰 인기를 끌어왔다.

성경제 공정위 전자거래팀장은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을 경우 소비자들은 파워블로거의 글이 호의로 제공돼 진정성이 있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소비자들이 영리성 정보임을 알았다면 더욱 신중하게 구매 결정을 했을 것이므로 소비자 기만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주부 정선진씨(33·가명)는 부엌 한 편에 놓인 식기 세척기 '깨끄미'만 보면 아직도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그녀는 평소 자주 방문하던 네이버 블로그 '베비로즈의 작은 부엌'이 깨끄미를 강력 추천하면서 공동 구매에 참여하면 싸게 살 수 있다기에 올해 초 이를 믿고 샀다.

그런데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6월 해당 제품이 세척 과정에서 오존을 과다 방출한다고 경고했다. 오존은 두통과 구토 등을 유발하는 유해 물질이다. 그녀는 피해 보상 요구 모임에 가입했지만 보상은 아직 요원하다. 정씨는 평소 믿었던 블로그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 아직도 배신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런데 이 블로그의 운영자도 1년간 기업들로부터 수수료로 7억7000만원을 받은 사실이 이번 공정위 조사 결과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난 6월 '깨끄미'라는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시험 결과가 나온 뒤 구매자들이 집단소송에 나서면서 사회 문제가 되자 50곳의 인기 블로그와 카페를 조사해왔다.


사안이 비교적 가벼워 이번 과태료 부과 대상에서는 제외됐지만, 조미연(통방구리의 달콤한 세상), 이재건(맛있는 남자 이야기 by 미상유), 박효선(그녀가 머무는 곳) 등 3명의 파워 블로거도 업체로부터 대가를 받은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공정위는 밝혔다.

성경제 팀장은 "조사 대상 가운데 정상적으로 공동구매를 진행한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며 "생각보다 상황이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블로그를 통한 영리활동이 워낙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 위법 사실을 제대로 포착할 수 없다는 데 있다. 네이버에 등록된 블로그만 2850만개에 이른다. 공정위에 따르면 조사대상이었던 50개의 블로그나 카페들은 의류, 식품 등 흔한 제품 외에 야구용품, 유아침구, 도색장비, 화분, 골프용품, 오토바이 부품, 메이크업 서비스, 시계수리 서비스 등 온갖 종류의 물건·서비스를 공동구매 형식으로 판매 대행했다.

일각에선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수수료를 받은 블로거에 부과할 수 있는 최고 과태료가 500만원에 불과한 데다, 이들에게 활동의 장을 제공한 인터넷 포털 업체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아무 관리 책임을 묻지 않아 제재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인터넷 포털인 네이버는 활동 빈도와 인기도 등을 고려해 매년 파워블로그 800개를 선정하고 있고, 다음도 우수 블로그 450개를 선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