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T :: 무한도전, 웃기다 울리는 박명수의 명연기

무한도전, 웃기다 울리는 박명수의 명연기


[블로그와] 비춤의 세상돋보기

[미디어스] 무한도전에서 선보인 '12살 명수 추억 만들기'는, 모처럼 동심으로 돌아가 지난 시절을 추억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지난주에 이어 방송된 어제 이야기에서는 한결 풍성한 볼거리와 재미가 있었지요.

프로야구 출범 직후 너도 나도 어린이 야구단에 가입해서 야구점퍼와 모자를 쓰고 우쭐대던 아련한 기억, 신문지와 공책을 찢어 두툼하게 만들었던 딱지치기, 해가 지고 어스름이 내려앉을 즈음까지 계속 되곤 했던 오징어달구지놀이와 다방구놀이까지... 흐릿한 기억들이 방송 속에서 하나하나 또렷하게 되살아나게 하는 장면들이었지요. 집집마다 밥 짓는 냄새에 어우러진 저녁이 되어 엄마가 부르면 마지못해 동무들과 헤어져야 했던 그 시절의 추억들 말입니다.이렇듯 흘러간 우리네 '놀이'문화를 통해 시절의 감성을 이끌어내는 것은 다분히 '무한도전'스럽습니다.

이날 방송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준하네 집에 놀러갔을 때입니다.컬러TV에 비디오까지 갖춰진 럭셔리한 집에서 여러 비디오테이프를 돌려보는 장면이었는데요, 거기엔 당시 유행했던 조용필의 노래도 있었고, 80년대를 풍미했던 라붐의 소피마르소도 있었습니다.그리곤 이어진 상황극은 무한도전 특유의 맛이 있었지요.

근래 노홍철이 연재하고 있는 스타칼럼 'Never stop'에서, 노홍철은 상황극 촬영의 어려움을 토로한 바 있습니다.개그맨 출신인 박명수와 유재석처럼 코미디 경험이 있는 형들과 달리 자신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며 말이지요. 그 지적처럼 박명수는 상황극의 묘미를 잘 살려주었습니다.바보캐릭터가 돋보이는 정준하의 연기도 출중했지요.

정준하의 가족으로 엄마, 아빠, 형 그리고 누나까지 1인5역의 역할을 수행한 정준하는 15초 만에 옷 갈아입기 신공을 펼치며 입체적인 연기를 했고, 박명수 역시 1인3역으로 맞대결에 나섰지요. 박명수가 정준하 형에게 맞으면서 비롯된 다툼은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으로 번지며 집안 대결로 코믹하게 그려졌습니다.싸움을 만류하다 얼굴을 맞은 유재석의 아버지까지 참전을 요구하는 상황은 리얼 버라이어티스러운 재미가 있었지요.

그리곤 다시 밖에서 속개된 오징어놀이와 다방구, 오징어에선 정준하의 괴력에 밀려 박명수팀은 힘을 못 쓰고 내리 패배하면서 내복 차림이 되었고, 다방구에선 박명수의 잔머리가 유쾌했지요.

노을이 지고 땅거미가 내려앉자 아이들은 하루해를 아쉬워하며 어스름 속에서 땅따먹기를 하는데요, 엄마가 불러도 가지 말자고 다짐했지만, 결국 밥먹자는 엄마의 소리에 하나둘씩 자리를 뜹니다.혼자 남을 친구가 걱정이 되지만, 고기반찬 해놨다는 엄마의 부름에 한달음에 달려가고 말지요. 그렇게 12살 명수는 또 다시 혼자가 되었습니다.그 시절 혼자 노는 게 더 재밌다던 명수는 이제 혼자 노는 것보다 함께 어울리는 것의 재미가 너무 소중함을 깨달았지요. 동무들의 뒷모습에 남겨진 명수의 우울한 눈빛이 무척이나 짠했습니다.

박명수는 연기에서 빛이 나는 편입니다.지난해 달력 특집에서, 달력 표지모델을 위한 막바지 촬영에서도 사진작가들은 함께 작업하고 싶은 멤버로 박명수를 꼽았었습니다.그만큼 그의 표현력을 높이 산것이겠지요. 짧은 순간 드러나는 표정에 담긴 탁월한 연출력 덕인지 당시 최종 우승자는 박명수가 됐었지요.

촬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팀웍을 해치는 이단아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고 포즈를 잡을 때도 열심히 하는 것 같지 않아보여도 결과는 희한하게 잘 나왔습니다.당시 그가 연출했던 찰리채플린에는 웃음 속에 슬픔을 담은 희극인의 고뇌가 엿보였지요.

다시 태어나도 코미디언이 될 거라는 박명수의 말과 함께 그가 표현해낸 연기는 울면서도 웃기는 코미디언의 정체성을 잘 보여줬었습니다.어제 방송에서도 12살로 돌아긴 박명수는 희극 속에 아련한 슬픔을 담아냈지요. 가볍고 껄렁한 웃음을 주다가도, 외롭고도 쓸쓸한 어린아이로 혼자 남겨진 표정은 아련한 여운을 줬습니다.가만히 쭈그려 앉아 짓는 표정엔 진정성마저 느껴졌지요.

추억을 돌아보며 유쾌한 상념에 빠트렸던 12살 명수의 추억 만들기는, 실컷 웃겼다가 결국에는 울리는 에피소드로 마감되었습니다.마치 우리네 추억들이 되돌릴 수 없기에 더욱 아련하듯 말입니다.그 속엔 웃기면서도 울리는 희극인 박명수가 있었습니다.

연예블로그 (http://willism.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사람속에서 살지만, 더불어 소통하고 있는지 늘 의심스러웠다.당장 배우자와도 그러했는지 반성한다.그래서 시작한 블로그다.모두 쉽게 접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에서 시작했다.가장 가까운 사람과의 소통을 시작으로 더 넓은 소통을 할 수 있길 고대한다.

-ⓒ 미디어스(http://www.mediau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비춤 quess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