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T :: [대법관 4명 임명 제청] 김신 울산지법원장_장애(소아마비) 탓에 판사 임용 거부당했던 그… 대법관 꿈 눈앞에

[대법관 4명 임명 제청] 김신 울산지법원장_장애(소아마비) 탓에 판사 임용 거부당했던 그… 대법관 꿈 눈앞에

 

 

김용준 前대법관 등 도움으로 동기보다 1년 늦게 판사복 입어

김신(55) 울산지법원장은 5일 대법관 제청 소식을 듣고 "제가 장애인이고 지방에서만 줄곧 근무한 향판(지역법관)이어서 소수의 목소리를 대변하라는 뜻 같다. 대법관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고 소감을 말했다.

소아마비 장애인인 그가 대법관이 된다면 김용준 전 대법관 이래 18년 만에 사상 두 번째 장애인 대법관이 탄생하는 것이 된다.

그의 인생에는 두 번의 큰 고비가 있었다고 한다. 돌 때 찾아온 불청객 소아마비는 그의 오른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 그는 고교(부산고) 재학시절엔 이과반 학생이었다. 하지만 그가 가고자 했던 의대나 약대는 소아마비 장애인 학생을 받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울대 법대로 진로를 바꿨다. 법대를 졸업해 사법시험에 패스했다.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1982년 두 번째 큰 고비가 찾아왔다. 그는 판사가 되고 싶어 판사를 지원했다. 성적도 좋았다. 하지만 그해 발표된 판사 임용 명단에 그는 빠져 있었다. 대법원은 그와 박은수 전 민주통합당 의원, 조병훈·박찬 변호사 4명에 대한 판사 임용을 거부했다. 장애인인 그들이 "현장 검증이나 출장 등이 잦은 판사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장애인·인권단체가 응원에 나섰다. 당시 서울고법 부장판사이던 김용준 전 대법관(헌재소장도 지냄)도 대법원으로 찾아가 "나보고 사표를 내라는 거냐"며 따지는 등 측면 지원했다. 결국 대법원의 '항복'을 받아냈고, 동기들보다 1년 늦게 판사 법복을 입게 됐다.


 

그는 소감에서 말한 것처럼 소수의 편에 선 판결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산동부지원 근무 때 20년간 가정 폭력에 못 이겨 남편을 살해한 부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석방했다. 자포자기한 피고인은 "살고 싶지 않다"고 법정에서 말했지만, 김 원장은 "자식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살라"고 다독였다. 단속을 피하려다 뇌를 다친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에게 처음으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는 판결도 내렸다. 그는 판결문에서 "사업주가 단속을 피해 도주하도록 했고, 지시에 따라 피신하는 과정에 재해를 입은 것은 업무상 재해에 속한다"고 했다.

관리비를 내지 않고 연체한 입주자에게 전기·가스를 끊어달라며 낸 소송에서는 "겨울에 전기·가스를 끊으면 생활에 위협을 받는다"며 기각했다.

그는 제청 소감에서 올해 시각장애인으로 처음 판사가 된 최영 서울북부지법 판사를 언급했다. "그는 (판사를 하는데) 나보다 훨씬 더 심각한 장애인이다. 사회가 그만큼 성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