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T :: 김혜수 "난 톱스타 아냐, 제대로 잘 사는 것이 중요" [인터뷰]

김혜수 "난 톱스타 아냐, 제대로 잘 사는 것이 중요"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박진영 기자] 배우 김혜수 하면 떠오르는 당당함. 자신감 넘치는 눈빛과 차분하지만 강단이 느껴지는 말투. 그 모든 것이 KBS2 드라마 ‘직장의 신’ 미스김 안에 녹아들었다.

오랜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면서 어찌 부담이 없었을까. 게다가 방송 직전 논문표절 논란에 휩싸였으니 김혜수의 심적 불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을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김혜수는 주위 사람들에게 폐 끼치지 않기 위해 더더욱 극에 녹아들려 노력했다.

‘김혜수가 아니었다면 미스김도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딱 맞는 옷을 입은 김혜수에 시청자들은 방송 내내 박수를 보냈다.

김혜수 또한 이 같은 반응에 “기분 좋다”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작가와 연출의 공으로 돌린 김혜수였다. 거기에 배우들의 조합이 잘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직장의 신’이 성공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 말도 맞죠. ‘나니까 이만큼 해’가 아니라 작가님이 만든 미스김을 김혜수가 ‘김혜수식의 미스김’으로 보여준 거죠. 다른 배우가 했으면 그 배우만 할 수 있는 미스김을 만들었을 거예요. ‘그녀만의 것’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건 그만큼 캐릭터 자체가 탁월했다는 뜻이거든요. 그런 캐릭터를 만났을 때 배우가 마음껏 발현을 할 수 있는 거죠.”

화제가 되었던 ‘~다만’체를 언급해도 김혜수는 “다 작가가 만들어준 것에 김혜수의 억양이 가미 된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리고 김혜수는 “미리 설정을 하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캐릭터에 적절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캐릭터 구축이 잘 되어 있으면 부수적인 것도 잘 맞아 떨어지는 것 같아요”라고 겸손한 반응을 보였다.

“제가 가진 당당한 이미지는 캐릭터의 이미지인 것 같아요. 제가 원하는 작품은 아무것도 안 따지고 하는 편이에요. 저는 제가 맡을 역할이 능동적인 여성인가 아닌가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해요. 그리고 최근에 그런 캐릭터를 주로 해 와서 김혜수도 그럴 것 같다고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러기를 바라고요. 캐릭터의 힘이에요.”

 

86년에 데뷔를 해 무려 28년차가 됐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했었지만 ‘직장의 신’처럼 종영하는 것이 아쉬운 드라마는 없었다고 말할 정도로 김혜수에게 미스김은 특별했다. 그렇다고 해도 차기작 선택에 부담을 느끼거나 할 김혜수가 아니다.

“이 작품이 기준이 되면 어렵죠. 저는 배우로서 자극이나 욕망을 느끼는 역할이라면 할 생각이에요. 성과가 누군가의 기대치 이상, 혹은 이하건 그런 것을 겁낸다면 배우를 못하죠.”

그러면서 김혜수는 극 중 고정도(김기천 분) 과장이 “밥 먹고 가”라고 말하던 장면이 정말 좋았었다고 고백했다. 그 장면을 회상하며 말을 이어나가던 김혜수는 당시의 감정이 떠오르는지 눈물을 글썽이기까지 했다.

“현실적으로는 고정도 과장이 당연히 권고사직이 되죠. 그렇지 않다면 스스로 떠나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해요. 드라마는 매정하지 않았지만 현실은 그래요. 고정도 과장이 ‘미스김 밥 먹고 가야지’라고 말하는 건 굉장히 따뜻하고 고맙지만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시스템에는 부합되지 않아요. 그래서 정말 슬펐어요. 스스로를 고립시켜서 시스템을 거부한 이 여자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그리고 그 때 성숙하지 못한 내가 지키지 못했던 누군가가 많이 생각나지 않았을까. 그 사람이 미자였겠죠. 그래서 전 미스김이 울었다고 생각해요. 시청자들은 차가운 미스김이 저 따뜻한 말 때문에 울었을 거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어요. 고 과장의 말이 고마운 것보다는 미스김의 현실을 반증하는 것이라 제가 울컥했었죠.”

드라마 촬영 이전 이미 작업을 했던 영화 ‘관상’에 대해서 연신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라고 홍보 아닌 홍보를 하기도 한 김혜수는 마지막으로 배우로서의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저는 흔히 말하는 톱스타는 아니에요. 톱의 기준이 뭔지 모르겠지만 오래도록 남아있어서 그런 것뿐이죠. 톱이기 때문에 배우로서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그런 말은 쑥스럽고 불편하기도 해요. 저에게는 제대로 잘 살고 연기하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직관이나 통찰을 믿고 의지하는 편이에요.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좀 더 폭넓어지고 풍요로워지는 것이 먼저에요. 개인이 먼저 성장을 해야만 연기자로서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 서툴고 취약한 것도 많아요. 단점에 대해 강박관념을 가진 적도 있고요. 하지만 단점을 잊지 않고 자연스럽게 나아질 수 있는 계기를 저 스스로 만들어요. 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발전할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