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T :: 가장 작지만 마음의 평화는 가장 큰 ‘올레길 옆’ 교회

가장 작지만 마음의 평화는 가장 큰 ‘올레길 옆’ 교회


ㆍ제주 ‘순례자의 교회’ 김태헌 목사, 9월쯤 헌당식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은 교회지만 서울의 대형교회 못지않게 평화의 안식의 쉼터가 될 것입니다.”

제주 올레길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작고 아름다운 교회를 짓고 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제주노회 김태헌 목사(46)는 22일 “지난 3월15일부터 신도들의 도움으로 건축을 시작했다”며 “7월에 완공하고 9월쯤 헌당식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순례자의 교회’로 이름붙여진 이 교회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용수저수지 인근 올레 13코스가 지나가는 길목에 자리잡고 있다. 8㎡ 규모로 종탑을 포함해 5m 높이 목조건물이다. 성인 4~5명이 들어가면 꽉차버리는 미니교회다. 기도할 때는 2명이 서로 무릎을 맞대고 앉아야 할 정도로 좁아 초창기 교회를 연상시킨다.

이 교회는 김 목사의 반성에서 시작됐다. 선교사로 제주에 파송돼 교회를 개척 중인 김 목사는 외형만 중시하는 대형교회보다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될 작은 교회가 필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 마침 장로 한 분이 “농사짓던 자투리 땅에 길이 생겨버렸다”며 기증의사를 밝혔다. 게다가 그 땅은 올레길에 접해있었다. 김 목사는 이곳에 작은 교회를 짓기로 결심했다. 조금씩 모인 헌금이 종잣돈이 됐고, 신도들은 자원봉사로 일손을 도왔다. 김 목사는 목수 보조 등 온갓 허드렛일을 도맡았다.

7월쯤 건물공사를 끝내고 교회 외부에 잔디와 꽃을 심는 조경공사를 한 뒤 9월에 헌당식을 갖기로 했다.

김 목사는 “올레길을 걸으며 진정한 인생의 의미를 묻는 이들에게 깨달음을 줄 수 있는 장소가 되고,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영혼의 쉼터가 될 수 있도록 ‘순례자의 교회’로 이름지었다”고 밝혔다. 특정 종교를 떠나 아무나 교회를 찾아 쉴 수 있도록 개방한다는 취지다. 작은 교회를 짓는데 들어간 비용은 1000여만원. 김 목사는 “교회를 짓는데 들어간 정성만큼은 서울의 대형교회 못지않다”며 “작은 교회를 신기해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만 해도 성공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평화의 섬 제주의 길 위에 선 많은 사람들이 특정 종교를 떠나 명상과 기도로 내면의 평화를 찾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작은 교회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강홍균 기자 khk5056@kyunghyang.com>